성경에 나오는 숫자들 그리고 666   /

성경에 나오는 숫자들 그리고 666   / 

 

집사님 한 분이 미국인들은 왜 그렇게 666을 싫어하느냐고 물어온 적이 있었다. 도우넛 가게에서 케쉬어를 하는데, 잔돈이 6불 66전 남아 돌려드리려 하자, 손님이 너무 기분 나쁜 숫자라며 안 가져가겠다고 그냥 팁으로 가지라고 했다고 한다. 일부 미국인들이 가진 666에 대한 반감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숫자에 대한 선입견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나라 안에도 깊이 뿌리박혀있다. 한국인과 중국인들은 ‘4’ 자를 싫어한다. 한자의 죽을 ‘사’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건물에 4층이 없고 대신 영어 ‘F’로 표기하는 수고를 한다. 심지어 ‘4’를 건너뛰고 5층으로 넘어가는 일도 있다. 

 

성경도 문화의 배경 속에서 기록되다 보니 숫자마다 많은 상징이 담겨있다. 그러니 성경을 해석할 때 숫자가 가진 상징성을 이해해야만 성경을 조금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성경의 모든 숫자를 상징으로 푸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문맥과 전혀 다른 의도로 성경을 풀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성경에 나타난 중요한 숫자들의 상징적인 의미들을 살펴보자. 

 

성경에 나타난 숫자 ‘1’은 순서의 첫 번째로, 최고, 최초를 의미할 때가 많다. 하나님은 한 분이라는 표현에도 이런 상징적 의미가 담겨있다. 

 

숫자 ‘2’는 분리와 상호보완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증인들은 둘이어야 하고, 제자들을 보낼 때도 둘씩 짝을 지어 보내셨다. 

 

숫자 ‘3’은 하나님의 숫자로 사용될 때가 많다.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이시며, 예수님은 사흘 만에 부활하셨다. 노아의 방주도 삼 층이었다. 

 

‘4’는 땅의 숫자이다. 동서남북으로 땅 전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에덴에서 시작된 강은 네 개에서 출발한다. 고난을 상징할 때도 잦다. 노아 홍수 기간에 40일 동안 비가 내렸고, 이스라엘 백성은 40일 동안 가나안을 정탐했고, 40년 광야생활을 했다. 예수님은 40일 동안 금식하셨고, 부활하신 후 40일을 지상에 머무셨다.

 

‘6’은 사람의 숫자이다. 인간은 6일째 창조되었다. 완전수 ‘7’에 이르지 못해 짐승의 수로도 사용된다. 대표적인 예가 666이다. 이 부분은 별도로 다루고자 한다. 

 

7은 완전수이다. 하나님은 천지를 칠일 동안 창조하시고, 칠 일째, 안식하셨다. 요셉이 꿈을 통해 칠 년의 풍년과 흉년을 대비했다. 히브리인이 종이 되었을 때도 칠 년째가 되면 자유롭게 된다. 육 년 동안 농사한 후에 칠 년째는 땅을 안식하게 한다. 칠 년이 일곱 번 반복되는 이듬해 50년째는 희년이다. 팔거나 샀던 토지를 원주인에게 돌려준다. 하나님 앞에서 제사 할 때, 피를 뿌릴 때 일곱 번 뿌려야 한다. 계시록에 교회가 일곱이고 예수님은 일곱 금 촛대 사이에서 다니신다. 어린양 예수님을 묘사할 때, 일곱 뿔과 일곱 눈이 있다. 

 

‘12’는 성도들의 대표 숫자이다. 하나님은 열두 지파를 만드셨다. 예수님도 열두 명을 제자로 뽑으셨다. 요한계시록의 새 예루살렘은 열두 기초 석이 있고 열두 진주 문이 있다. 

 

‘1000’은 만수로서 10의 세 번 곱이다.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을 나타낼 때 사용된다. 계시록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왕국의 기간이 1000년이다, 하나님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 

 

‘666’은 많은 논란이 있는 숫자이다. 몇 해 전에는 666을 베리 칩으로 해석해서 많은 사람이 두려움과 혼란을 겪은 적도 있다. 바코드가 처음 등장할 때는 시한부 종말론자들이 이것을 666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지금도 666은 사람들의 궁금증과 오해를 유발하는 숫자이다. 그 의미를 살펴보자.

 

요한계시록 13장을 보면 열뿔 일곱 머리 짐승이 바다에서 올라온다. 표범과 비슷하게 생겼다. 그가 용(마귀)에게 권세를 받아 42개월 동안 일할 권세를 받아 하나님을 비방하고 성도와 싸워 이기고 방언과 나라를 다스리는 권세를 받는다. 모든 사람은 그 짐승에게 경배한다. 그런데 얼마 후 또 다른 짐승이 땅에서 올라온다. 두 뿔이 있고 용처럼 말을 한다. 큰 기적도 행한다. 짐승의 우상을 만들어 경배하지 않는 자는 몇이든 다 죽이게 한다. 우상에게 경배하는 모든 사람에게 오른손이나 이마에 표를 받게 하고 이 표를 가진 사람만 매매하게 한다. 이 표가 짐승의 이름인데 그것이 666이다. 

 

무슨 내용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계시록은 일차적으로 핍박받고 있는 초대교회 성도들을 위해 기록되었다는 사실이다. 2000년 뒤를 사는 우리는 비록 이해하기 어려울지라도 편지를 받았던 그 당시 존재하던 성도들은 계시록을 읽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2000년이나 지난 시간 속에서 사는 우리가 계시록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당시의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계시록이 기록된 시기는 90~96년경으로 본다. 폭군 네로는 AD 68년에 죽고 당시 로마제국의 황제는 도미 티 안 이었다. 도미 티 안은 네로를 이어 그리스도인들에게 심각한 박해를 가한 황제로 네로의 화신으로 알려진 자였다. 그는 황제 숭배라는 시민의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이 의무를 행한 사람들에게만 황제의 공식적인 인장이 찍힌 증표(카라그마)를 주었다. 단속이 심할 때는 증표를 휴대하고 이 증표를 휴대하지 않는 자들을 가차 없이 처형하기도 했다. 이 증표를 가진 자들만 물건을 사고팔 수 있었고 사회적인 활동도 제한하였다. 

 

계시록 13장에 등장하는 땅에서 나온 짐승은 도미 티 안 황제를 상징한다. 그리고 ‘666’은 황제를 신으로 숭배하는 자들이 받았던 카라그마를 의미한다. 당시 많은 그리스도인은 핍박을 각오하고 황제 숭배를 거절했다. 짐승의 표를 받는 행위를 오른손이나 이마로 표현한 것은 하나님의 백성이었던 유대인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한 기도의 띠인 테필린을 오른손과 이마에 붙어 표로 삼아왔기에 성경은 이를 반대로 표현한 것이다. 

 

황제의 표를 ‘666’이라는 숫자로 표현한 이유는 게마트리아 전통 때문이다. 유대인들에게는 잘 알려진 방식이다. 알파벳에 숫자를 붙여 단어를 숫자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영어로 예를 든다면 A는 1, B는 2 이런 식이다. 히브리어 알파벳은 모두 22자인데 처음 열자는 1부터 10까지의 수를 나타내고, 다음의 여덟 자는 20부터 90까지 10단위의 숫자를 나타내고, 나머지 4자는 100부터 400까지를 가리킨다. 

 

이 방식에 의하면 하나님은 37, 예수님은 888이다. 네로는 히브리어로 네론 가이살이다. 게마트리아로 바꾸면 50+200+6+50+100+60+200으로 모두 합쳐 666이다. 도미 티 안 황제는 네로의 화신으로 여겨 졌으니, 666은 로마의 황제숭배를 허용하는 사람들이 받게 되는 표가 되는 것이다. 

<기영렬 목사>